보안사 녹화/선도공작 진상규명을 외면하는 진화위 2차 항의서한
수신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발신 :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진상규명특별위원회
1.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20년 12월 10일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출범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2기 위원회(이하, 진화위)는 2021년 5월 27일부터 한국전쟁 전후 시기 민간인 학살,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등에 대해 3년간 진실규명 조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사 대상사건 중에는 독재 및 권위주의 정권의 유지를 위해 동원되었던, 안기부(중앙정보부), 보안사(기무사, 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경찰 등이 자행한 의문사 사건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의문사진상규명특별위원회(이하, 추모연대 진상규명 특위)는 지난 1차 규탄 집회를 통해 “진화위”가 국가폭력 범죄인 의문사 진실규명 책임에 대해 완수해법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3. 하지만, 진화위는 출범 1년 6개월이 경과하도록 사건배당, 조사계획 수립, 자료분석 등 무엇 하나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직무유기로 수수방관하고 있으며, 지난, 8월 2일 1차 집회를 통해 제기된 의문사 김두황 사건에 대해서도 타살의혹을 확정하는 총성실험 및 조사계획 수립 요구 등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4. 우리는 지난 1차 집회를 마치고 이루어진 이재승 상임위원을 비롯한 위원회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기 조사기록이 많아 검토, 분석이 어렵다』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총성실험을 요구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정영훈 사무국장의 답변을 통해서도 진화위가 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국가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아연실색하게 만들었습니다.
5. 최근, 진화위는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의문사 김두황과 같은 녹화/선도공작 의문사사건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판단하는 가운데,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그러나, 추모연대 진상규명 특위는 사건 진정이 이루어진 지난 1년 6개월 전, 의문사 사건을 비롯한 공작 피해자로 확인된 2천4백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최근 밀정으로 의심받는 경찰국장 김순호씨가 강제징집 조치된 대상자이므로 전수조사 요구가 수용되었다면, 국민적 의혹으로 지목된 당사자의 존안파일을 확보하고 있는 진화위는 적어도 녹화공작에 따른 프락치 의혹의 사실관계를 설명할 수 있었음에도 그조차 자신들의 책무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김순호씨는 자신도 피해자라며 왜? 자신만 문제 삼느냐면서도 정작 존안파일을 공개하기는커녕 유출경로를 수사하겠다는 오만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뻔뻔한 태도를 방치한 것은 진화위가 군부치하 청산과제 실천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결과인 것입니다. 개인의 정보보호를 논하기 이전에 공익적 가치가 우선하는, 과거의 인권침해에 대한 사회적 폭로와 공감이 이루어졌다면 밀정의혹을 받는 김순호의 경찰국장 임명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며, 김순호의 경찰국장 임명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퇴행적 역사가 재연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실로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화위가 특별법에 의한 한시기구로 수사가 아닌 부족한 조사권한을 무기로 위임된 국가폭력의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처해있음을 짐작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신청인과 유관단체를 진상규명의 파트너로 인식하기보다는 민원인으로 대하며 스스로 검열과 고립을 자처하면서 조사기구로서의 전문성을 배가하기보다는 결국 변명으로 밖에는 납득하기 힘든 입장만 확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진화위 진정을 제기하며 요구한 녹화/선도공작 피해자들에 대한 전수조사 요구를 재차 요구하며 김순호씨에 대한 녹화공작 과정, 그리고 그 이후 치안본부 경찰과 협작한 민주노동운동 탄압, 노동기본권 무시 등 헌법 말살 밀정 의혹 논란을 규명하기 위해 진정 접수를 선언합니다.
또한, 오늘 의문사 사건으로 제시된 연세대 재학 중 강제징집 되어 의문사한 정성희 사건과 관련하여 우리는 보안사 존안자료를 통해 1982년 3월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과 관련하여 망자의 선배가 보안사 수사를 받았고 이때, 의식화 써클 관련자로 망자가 거명되었으며 수사조치 의견이 적시되었다는 점을 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것은 망자의 이모님이 당시 노동운동을 지원하는 도시산업선교회 조화순 목사였으므로 보안사는 학원, 종교, 노동계를 연계하는 프락치 강요(녹화공작)가 이루어졌고 이를 거부하는 저항으로 인해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진화위는 정성희 의문사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과제를 어떻게 완수할 것인가에 대해 조사계획 수립은 물론 신청인 조사도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진화위 2기 출범 1년 6개월이 경과함에도 의문사 진상규명과 관련한 사건배당, 사건분석, 존안자료 입수 등을 포함하는 조사계획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위를 정근식 위원장이 직접 소명할 것을 요구한다.
2. 지난 1차 항의서한 전달을 통해 요구한 의문사 김두황 사건에 대한 총성실험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소명을 요구한다.
3. 의문사 사건별 조사계획서 수립과 공개요구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요구한다.
4. 녹화공작 피해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며, 김순호 경찰국장의 밀정의혹과 관련한 사건 접수에 따라 즉각적인 출석조사와 존안파일에 적시된 프락치 의혹의 진실을 공개하라.
2022년 8월 23일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진상규명특별위원회